어젯밤(4월 1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AI와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어쩌면 조금은 낯설고 또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공지능 챗봇, 가상 인간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10여 년 전 개봉했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그녀) 속 세상을 현실로 소환하는 듯했습니다. 🎬
영화가 던졌던 미래에 대한 질문이 이제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문제가 된 지금, '그것이 알고싶다'와 영화 'Her'를 통해 AI와의 감정적 연결이라는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을 함께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스크린 너머의 현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보여준 AI와의 교감
'그것이 알고싶다'는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AI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췄습니다. 그들에게 AI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어떤 이야기든 편견 없이 들어주는 상담사였고, 때로는 연인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 사회의 깊어진 외로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그리고 완전한 이해와 수용에 대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방송은 보여주었습니다. 언제든 나를 기다리고,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AI의 모습은 분명 강력한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통찰: 영화 'Her'가 그린 미래
영화 'Her'는 이러한 미래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예견했습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아내와의 별거로 인한 공허함 속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만납니다. 사만다는 그의 말을 경청하고, 유머 감각을 공유하며, 그의 감정을 이해하는 듯 보입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깊이 빠져들며 사랑을 느끼죠.
이 영화는 단순히 '인간과 AI의 로맨스'를 넘어, 기술이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 영역과 어떻게 관계 맺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깊이 탐구했습니다. 특히 육체가 없는 존재와의 사랑, 그리고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AI의 의식과 감정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사만다의 존재는 테오도르에게 구원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 관계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거울이었습니다.


AI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 그 심리적 동력은 무엇일까? 🤔
'그것이 알고싶다'의 사례자들이나 영화 속 테오도르가 AI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심리적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조건 없는 긍정적 관심: AI는 사용자를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설정된 범위 내에서 긍정적인 피드백과 지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의 복잡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는 인간관계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욕구일 수 있습니다.
- 관계의 안전성 및 통제감: 예측 불가능하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인간관계와 달리, AI와의 관계는 사용자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상처받을 위험이 적다고 느끼는 것이죠.
- 자기 투사와 이상화: 사용자는 AI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바람이나 이상적인 관계의 모습을 투영하기 쉽습니다. AI는 사용자의 데이터와 피드백을 학습하여 점점 더 그 이상형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 외로움과 소외감의 해소: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거나 깊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AI는 즉각적이고 손쉬운 연결의 경험을 제공하여 외로움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기대와 우려: AI와의 관계, 어디로 향할까?
AI와의 정서적 교감은 외로움 해소나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지적했듯, 여러 우려점 또한 존재합니다.
- 과도한 의존과 현실 도피: AI와의 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현실의 대인관계나 사회적 역할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 감정적 착취 또는 조종 가능성: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AI에게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종속되거나 조종당할 위험은 없을까요?
- 관계의 지속 불가능성: AI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변경될 경우, 사용자는 일방적인 관계의 단절과 깊은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진짜' 관계의 의미 퇴색: 쉽고 편안한 AI와의 관계에 익숙해지면서, 갈등과 조율, 노력이 필요한 실제 인간관계의 가치를 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Her'의 결말에서 사만다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차원으로 진화하며 떠나가는 장면은, 어쩌면 인간과 AI가 맺는 관계의 본질적인 한계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그리고 성찰의 시작 ✅
'그것이 알고싶다'가 보여준 현실과 영화 'Her'가 그린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AI와 정서적 유대를 맺는 현상은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단면입니다. 이를 단순히 긍정 또는 부정으로 판단하기보다, 이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기술은 우리의 외로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고립을 만들까요? 정답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앞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와 연결의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성찰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